지난 전시
제주12경도와 문자도
- 전 시 명 : 예나르 제주공예박물관 개관 기념 기획전-제주실경도와 제주문자도
- 전시기간 : 2020년 10월 24일(토) – 12월 13일(일)
- 전시장소 : 예나르 제주공예박물관 & 먹글이 있는 집
- 출 품 작 : 제주실경도와 제주문자도, 비교작품 등 40여 점
- 전시개요
저지 문화예술인마을에 자리한 예나르 제주공예박물관(관장 양의숙)이 개관기념 기획전으로 오는 10월 24일부터 12월 13일까지 ‘제주실경도와 제주문자도’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에는 제주의 명소를 그린 12폭의 제주실경도와 제주문자도 걸작병풍을 비롯하여 40여점을 선보인다.
예나르 제주공예박물관은 제주출신 민속품전문가로 서울에서 고미술전문화랑 예나르를 운영해 오고 있는 양의숙 관장이 고향인 제주에 문을 여는 공예전문 박물관이다.
제주공예를 중심으로 다양한 타지역의 민속공예품을 두루 소개함으로서 제주와 한국민속예술의 위상을 드높일 예정이다. 이번 ‘제주실경도와 제주문자도’ 전시회는 그 첫 번째 기획전이다.
- 전시의의
자연과 문화가 일체가 된 제주, 세계자연유산 제주도에서 ‘제주실경도와 제주문자도’전시를 통하여 자연과 문화가 일체가 된 진정한 제주의 문화를 각인시켜냄으로서 '클래식 한류 - K컬쳐'의 대열에 제주문화가 새롭게 발돋움하며 융성해지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실경도는 탐라순력도와 탐라십경에 이어 제주 옛그림의 계보를 잇는 매우 귀중한 작품으로 2015년 서울옥션홍콩경매에 출품된바 있는데, 국내로 환수된 작품이다.
논고나 학회의 발표에 인용된 적은 있으나 국내에서는 선보이는 자리로, 12폭 실경에 담긴 풍경들이 있는 고향에서의 첫 전시라는 뜻깊은 의미를 새겨볼 수 있다. 특히 탐라십경에 속하는 풍경 외에 ‘제주목도성지도’와 ‘화북진’이 더해진 12경의 형태로 학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명지대학교 초빙교수)가 작품 제작시기와 의의를 밝히는 논고를 게재했다.
제주문자도 역시 대부분 지금까지 제주에서는 소개된 적이 없는 개인소장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주문자도 중에 걸작으로 꼽을 수 있는 다채로운 작품들이 출품되어 제주민화에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효제충신(孝弟忠信)예의염치(禮義廉恥)'라는 조선유가이데올기를 대표하는 문자와 상징그림이 합쳐진 문자도는 휴머니즘에 근본한 조선인의 사유세계와 조형의식을 다시점으로 그려낸 민중예술이다.
탐라순력도(제주시청 소장)와, 제주십경(국립민속박물관 소장)과 내왓당무신도(국립제주박물관 소장) 등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제주의 옛 그림들은 대부분 이러한 문자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민중속에 깊숙이 내재한 문화였다고 할 수있다. 제주문자도에 나타난 조형을 통해, 제주인들의 미의식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육지와는 고립된 섬이라는 특징이 어떻게 조형의식에 반영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제주 민화는 육지의 민화와 구별되는 독특한 구성과 미감에서 눈길을 끕니다. 특히 제주 민화의 으뜸은 문자도입니다. 다른 지방의 문자도에 비해 색다른 느낌을 주는 제주의 문자도는 문방한 상상력과 놀라운 창의성, 이외의 미감이 번뜩이며, 천진합니다. 육지로부터 벗어난 여건 만큼이나 기존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일탈과 파격의 미가 매우 매력적입니다. 기존의 문자도가 유교이념을 간직한 도상의 상징적 의미를 선명하게 안겨준다면 제주의 문자도는 그와 함께 현실의 삶과 사후세계에 대한 기복적인 신앙심을 간절히 담았습니다. 화면(화폭)을 세 등분으로 나누어 가운데에는 인간이 지켜야 할 유교적인 덕목을 담은 글자를, 상단에는 사당이나 누각과 같은 천상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내세를 희구하고, 하단에는 현실의 생업을 반영하는 바다와, 물고기, 새 등이 등장합니다. 이처럼 3단으로 구성된 화면 안에 각기 다른 별도의 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양의숙)
이러한 맥락에서 제주문자도는 평면·입체의 기하학적이고도 해학적인 조형(造形)과 환상적인 오방색(五方色)으로 제주인의 삶과 죽음[生死]이 무(巫)를 토대로 유(儒) 불(佛) 선(仙)사상이 여하히 녹아 있다. 신의 나라 제주도에서 인간=동물=신, ‘하늘 + 땅 + 사람’이 삼위일체가 된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본’ 제주인과 한국인의 생사관(生死觀)·세계관(世界觀)·우주관(宇宙觀)이 현대인들의 관념과 어떻게 같고 다른가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또 현대미술의 조형적 관점에서 그 의미를 해석해 본다면 제주문자도는 색과 형태, 스트록과 구조, 합리성과 비합리성은 물론 기존의 상징(象徵) 중심의 도상해석을 넘어 인상주의, 입체파(立體派)/큐비즘, 초현실주의, 구성주의(構成主義) 등 여러 서구미술과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현대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제주문자도가 지닌 다양한 측면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으며, 김유정, 이동국, 정병모 세 명의 전문가가 논고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