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위치한 제주공예박물관은 10월 7일부터 박선희 작가의 개인전 “제주의 자연에서...흙속의 삶, 삶 속의 흙”을 11월 12일까지 공개한다.

제주공예박물관은 제주의 돌, 바람, 바다를 담은 박선희 도예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선희 작가가 기억하는 어린시절부터 느껴온 제주를 작품에 담았다. 작가는 삶에서 한 가정의 딸이자 아내,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하고, 고향이자 터전인 제주의 끊임없는 변화를 지켜본 존재의 발현을 작품으로 보여주었다. 흙을 만지고, 형태를 잡고, 돌로 표면을 두드려 자국을 옮기고, 자연의 색을 담아 불위에 올린다. 가마에 들어간 작품들은 불 속에서 온전히 나오기까지 불조절과 긴 시간의 기다림으로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 중에서도 전시장에 올려진 것들은 가마에서 나온 열 중에 하나로 작품마다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작업들이다.

이번 <제주의 자연에서...흙속의 삶, 삶 속의 흙>전을 통해서 제주공예박물관은 흙의 자연스러움과 선명한 색의 조화를 보여준 박선희 작가의 전시로 도민들에게 시각예술의 관심과 흥미를 고양시키고 제주를 담은 도예작품을 선보이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어릴 적 초등학교 6년을 한라산을 마주 보고 걷고, 등지고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아라동은 한라산 중턱이다. 바로 코앞이다. 변화무쌍 한라산의 사시사철, 시시때때로 변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도 할 수 있었다. 또 집으로 돌아올 때는 온갖 바람이 내 뺨을 자극했다. 여름에는 아스팔트도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뜨거운 바람을, 겨울에는 매서운 삭풍을 맞받으며 걸었다....”

박선희 작가 노트 中

자연에 대한 작가의 관점은 조금 남다르다.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성격 탓에 작가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의 박선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거리를 두어야 할 것은 거리를 두며, 버려야 할 것은 버릴 수 있도록 자신을 다스려야 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관계지어지며, 또 헤어지는 자연의 이치, 바로 한국적 자연주의이자, 자연에서 찾은 인간관계의 해법이 작가의 창조적 활동의 근간이다. 그래서 작가에게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의 “연”과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인 인연(因緣)의 “연”은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다. 이는 자연의 불변성 속에서 관계를 맺는 것들에 대한 포용적이며 관조적인 작가적 태도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 박선희 작가의 그릇들은 바로 여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실용성을 바탕으로 한 그녀의 기물들은 작가의 손길에 의해 다듬어지는 형태와 그 안에 담긴 기억과 추억으로 인해, 음식이 담기지 않으면 그대로 오름이 되고, 바다가 되어 자연을 담은 그릇이 된다. 음식이 매개체가 되어 그녀의 작품은 그릇도 되었다가 오브제도 되는 것이다.

작가 도록 中(글,김진아)